“예산 깎아준다는 제작사를 선택했다가 망했어요” – 중소기업 직원 김씨의 사연
브랜드 영상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1,000만 원에 제작가능한 제작사를 물색했습니다. 제작의사가 있는 3곳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A업체와 B업체는 관련경험도 풍부했고,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매너도 갖추고 있었고, 회사도 튼튼해보였습니다.
하지만 C업체가 뿌리칠 수 없는 수준의 예산을 제안했습니다. 600만원에 제작해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40% 예산절감에 기뻐하며 C업체와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기획자료를 보내준다는 날짜를 지키지 못했고, 뒤늦게 받은 기획안은 구성이 부실했습니다. 전화하면 매번 촬영중이라하고, 메일을 새벽 2시에 보내는 것을 보건대, 기획PD나 작가없이 감독 혼자 작업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서의 매무새도 너무 부끄러운 수준이라, 사내 보고문서는 제가 따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기획이 부실하고 참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습니다. 업체는 제 아이디어를 그대로 반영하더니 “이제 만족하냐”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안하무인격 태도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기획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결과물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제작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우려했던 걱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받아본 1차 가편본은 기대했던 퀄리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종편집본은 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역시나 전혀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업체는 제 클레임에 대해 “예산이 적어서 불가능하다”로 일관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자, 미팅에서 보여줬던 레퍼런스 영상과 다르지 않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그 영상을 만들려면 제작비가 2천은 있어야 한다고 그제서야 말했습니다. 그럼 왜 600만원에 가능하다고 했냐고 따졌더니 예산을 줄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낮춰드렸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마치 제가 엄청 큰 배려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후회가 됩니다. 어차피 승인을 받았던 예산인데, 예산 줄였다고 칭찬받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예산을 줄이려다가 이런 업체를 만나게 되었는지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업체가 요구하는 추가예산을 지급한다고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이제는 너무 분명합니다. C업체는 2천, 3천만원을 줘도 레퍼런스 영상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업체와 작업했던 과정이 너무 끔찍해서 저는 더이상 뭔가 할 의욕조차 없습니다.
퀄리티가 너무 낮은 영상은 브랜드의 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대표님의 판단에 영상은 결국 릴리즈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계약조건을 모두 수행했으니 잔금을 달라고 했습니다. 돈, 시간 모두 버렸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쳐 이제 회사에 면목도 없습니다.
중소기업의TV가 대기업의TV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왜 대기업의 제품을 구매할까요? 제품의 품질이 보증된다는 점, 사후 관리가 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추가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대기업의 제품을 선택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의 범위는 TV라는 물질적 상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적인 서비스까지 함께 포함됩니다.
영상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영상제작의 결과물인 mp4파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상제작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감독으로부터 맞춤-제작-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입니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 믿을만한 사람에게 프로젝트 완수의 약속을 구입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낭비되어도 되는 예산이란 없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면, 나아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세이브 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예산을 줄이는 것이 제 1목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업체에서 받은 견적서. 이 중 현저하게 낮은 견적을 부른 업체가 있습니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하듯이 알아보다보니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우실 수도 있습니다. 최저가 영상 제작, ‘현명한 쇼핑’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분명 시장에는 통용되는 견적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형성된 예산보다 낮은 가격에 제작을 해주겠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경험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이 없거나, 직원 월급이라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수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기요인이 많은 업체들과 거래를 할 경우, 원하는 퀄리티의 영상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영상은 사용할 수도 없게되고, 비용 전체를 낭비한 꼴이 됩니다.
견적을 묻거나 조건을 따지는 식으로는 제작사의 연출력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기획’, ‘연출’의 영역은 무형의 재능이고 연출자의 오퍼레이팅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사업을 이해하는 것’, ‘프로젝트 총괄하여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것’, ‘목적을 달성하는 기획을 도출하는 것’, ‘연출’등 넓은 범위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은 견적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다른 항목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예산으로만 제작사를 평가하려고 하는 클라이언트는 ‘저렴한 기획력과 저렴한 연출비’를 선택하게 됩니다. 정작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항목을 놓치고 잘못된 제작사를 선정하곤 합니다.
예산이 중요하다면, ‘가장 싼 제작사’가 아니라 가용 예산 안에서 ‘가장 적합한 제작사’를 고르셔야 합니다. 제작사마다 소위 몸값이라고 부르는 활동예산영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용예산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합 제작사를 찾은 뒤, 기대 퀄리티를 낮추지 않는 선에서 예산을 줄일 방안을 감독과 함께 강구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망한 영상 보신 적 있나요?
네, 아마 없으실겁니다. 저희도 공들여 찾아보고 신규 제작사들에게 문의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묻어버립니다. 클라이언트도 사용하지 않고, 제작사도 포트폴리오로 쓸 수 없어 숨겨둡니다. 꽁꽁.
그 안에 들어간 수 많은 예산은 누가 위로를 해줄까요.
많은 분들이 지인 소개나 웹 검색으로 제작사들을 만납니다.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웹사이트와 그간의 포트폴리오 뿐입니다. 그러나 그 정보만을 가지고는 ‘미래에 만들어 질’ 영상이 잘 나올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요.
불안한 물음표를 가진 채 제작사를 만나면, 조금은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몰랐던 영상 시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나면 답답했던 물음들이 사라지게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말씀은 또 어찌나 그리 잘 하시는지. 뒤에 더 만나보려고 했던 두 제작사가 있지만 취소해버립니다. 그냥 이 제작사를 믿고 맡기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경우 ‘어이구야…이거 어쩌나..’싶은 케이스들이 발생했습니다.
(주의 : 실화에 기반한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