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프로젝트도 담당했다는 말에 속았어요” – 스타트업 마케터 박씨의 사연

스타트업 마케터 박씨의 사연

저는 여성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장점을 잘 드러내려면 설명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영상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꼼꼼한 편이라 여러 업체와 컨택했고, 부족한 예산이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전화를 받았던 두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A업체는 2명이 미팅에 참석했고, 최근에 경쟁사의 광고도 만들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Before/After비교하거나, 실험결과 영상을 제안했습니다. 이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영상업체는 창의적일 줄 알았는데 너무 사무적이라 놀랐습니다. 미팅도 너무 빨리 끝나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B업체는 감독님 혼자 오셨지만 적극적이었습니다. 1억이 넘는 큰 프로젝트도 담당했다고 하던데, 도전정신이 뛰어났고, 창의력이 넘쳤습니다. 미팅에서 즉석 제안들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업체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됐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고 업체의 싹싹하고 친절한 태도가 좋았습니다.

감독님은 예산이 크지 않으니 기획안은 생략하고 바로 촬영하겠다고 했습니다. 불필요한 기획이 없으면 1주일만에 납품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선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 뒤에도 영상은 오지 않았고, 다시 한 주가 흘러 통화를 했을때는 생각만큼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며 대뜸 기획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뭘 하겠다는건지 잘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정상 마감이 다가왔고, 이미 선금도 지불한 상태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1주일이 흘러 받아본 영상은 절대로, 어디에도, 쓸 수 없는 영상이었습니다. 왜 만들었는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템포가 너무 느려 SNS에 맞지 않았고 길이도 불필요하게 4분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가편집 영상을 본 후 대표님은 “이래서 팔리겠냐“라는 한 마디만 던지곤 자리를 뜨셨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무엇을 위해 영상을 만들고자 했는지 한참이나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태수습을 위해 저는 B업체에 현재 영상은 구매전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업체에서는 “네? 제가 그거까지 신경써야 하나요?” 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애초부터 B업체의 영상 제작 목적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지, 저희측의 판매신장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은 도전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소름끼칠 정도의 무책임함이었습니다. 지급된 선금은 어쩔 수 없고,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절반 남은 예산으로 A업체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

 

무엇이든 다 잘만드는 김밥천국 영상 제작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사의 ‘깜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짓과 과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허위로 부풀립니다. 그것을 구별해내야 합니다.

깜냥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요인에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친절하다거나, 일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른 부분을 잘한다거나, 다른 장르에서 잘한 경험이 있다거나.

유념하셔야 할 부분은 이것입니다. A장르에서 잘한다는 것은 딱 그 A장르에서만 먹힙니다. 영상을 다 묶어서 잘한다고 하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그런 곳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분야입니다. 프로세스가 다릅니다. 무엇보다 고객이 다릅니다.

가끔 미팅을 하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제작사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도 전인데, 프로젝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요청한 자료 범위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마치 내부 직원처럼 열성적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들을 고민해주는 이런 제작사를 만나면 클라이언트는 매우 친절한 제작사를 만났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단순히 일이 없는 제작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특히 깜냥이 안되는 제작사들이 그러합니다. 큰 예산과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보면 열성적으로 달려듭니다. 왜냐하면 본인들에게 돈 이상의 것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다음 스텝을 밟을 때 포트폴리오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천만원짜리 프로젝트만 하던 제작사가 3천만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면 그 뒤에오는 3천만원짜리 프로젝트들은 너무나 쉬워집니다. 구태어 제작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쌓는 기회를 주어야 할까요? 해당 제작사와 같이 손잡고 동반 성장을 해야하는 목적 아니라면, 키워야하는 내부 직원이 아니라면 실패를 감수하고 제작사를 키워주는 이 실험에 참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잘하는 제작사를 만나 멋진 영상을 쏙 뽑아내면 됩니다.

경쟁력이 있는 제작사는 경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업계 상위 10퍼센트를 만나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것인지, 단순 제작 스탭으로 참여한 것인지 확인해보세요. 1억원짜리 프로젝트에서 촬영 일부분만 참여하거나 후반작업인 편집 등에만 참여한 경우도 많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업력에 비해 너무 근사할 경우 의심이 필요합니다.

 


혹시, 망한 영상 보신 적 있나요?
네, 아마 없으실겁니다. 저희도 공들여 찾아보고 신규 제작사들에게 문의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묻어버립니다. 클라이언트도 사용하지 않고, 제작사도 포트폴리오로 쓸 수 없어 숨겨둡니다. 꽁꽁.
그 안에 들어간 수 많은 예산은 누가 위로를 해줄까요.

많은 분들이 지인 소개나 웹 검색으로 제작사들을 만납니다.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웹사이트와 그간의 포트폴리오 뿐입니다. 그러나 그 정보만을 가지고는 ‘미래에 만들어 질’ 영상이 잘 나올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요.

불안한 물음표를 가진 채 제작사를 만나면, 조금은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몰랐던 영상 시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나면 답답했던 물음들이 사라지게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말씀은 또 어찌나 그리 잘 하시는지. 뒤에 더 만나보려고 했던 두 제작사가 있지만 취소해버립니다. 그냥 이 제작사를 믿고 맡기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경우 ‘어이구야…이거 어쩌나..’싶은 케이스들이 발생했습니다.

(주의 : 실화에 기반한 사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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