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비싼 제작사가 답은 아니더군요” – 전략기획부 이부장님 사연

싼게 비지떡이지 않겠어? 비싼 값 하겠지… 후회한 이씨 사연

전략기획부에 근무하는 저는 기업홍보영상을 자주 만들었습니다. 2~3년에 1편씩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논현동 프로덕션 골목에서 주로 작업했습니다. 최근 유튜브가 화재라며 우리 대표님도 유튜브에 적합한 영상을 만들자는 특명이 내려와 제작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거래하던 업체에게 연락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서 업체를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이전에 일하던 업체를 버리고 새로운 업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전 업체가 폐업하지 않았다면 새 업체를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 업체를 진작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비용을 너무 많이 낭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부터 불만스러웠던 점이 있습니다. 촬영현장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스탭들이 다들 할 일이 없어서 멀뚱거리며 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 감독에게 물어보니 다들 역할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물어봤더니, 이게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스탭규모라서 신경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비용절감이 너무 당연한 우리 회사에서는 현장에서 노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도 3대를 쓴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다 쓰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쓰는 것 한개만 썼습니다.

모든 과정이 무겁고 더뎠습니다. 한 번 주고받으면 1주일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간단한 수정을 요청하더라도 편집실 일정을 잡아야 한다며 며칠 뒤에서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정사항이 조금 많아지면 편집실비용, 오디오수정비용을 추가 청구했습니다. 너무 급하고 답답해서 편집실에 직접 연락하려고 하면 그건 또 안 된다고 했습니다. 꼭 감독 자신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편집실에 오는 것을 안 좋아했습니다다. 큰맘먹고 시사하러 갔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저희쪽에서 접대를 해야 하는 분위기라서 직원들도 불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상제작사인데 창의적인 조직은 아니더군요. 편집실도 항상 새로 구하는 분위기라 감독님과는 첫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다들 뭔가 물어보는 것을 귀찮아했고,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로 필승대기 하고만 있었습니다.

새로 알아본 다른 업체에게 맡겼을 때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쌌습니다. 그런데 너무 잘만들었습니다. 퀄리티 차이도 없었고, 수정도 정말 빨랐습니다. 감독님이 따로 편집실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업을 해주셨고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전에 업체와 작업방식이 달라서 너무 좋다는 얘기를 지금 감독님에게 했습니다. 이전의 클라이언트가 접대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그런 형식적인 의전이 많다고 했습니다.

 

고비용 저효율 제작사를 피해야 합니다.

규모있고 업력이 오래된 업체가 신뢰받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입니다. 자, 여기에 1990년대부터 영상을 제작해온 업력이 출중한 제작사와 2013년에 시작한 제작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 견적은 뒤에 0 하나가 더 붙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업력이 오래된 믿음직한 제작사에 꼭 영상을 맡겨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영상 제작이 금액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모순점을 하나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제작산업은 최신 시스템을 사용하는 제작사를 만날수록 합리적인 비용에 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 배경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상제작산업은 2010년을 전후로 업계지도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제작시스템이 변하게 된 것이 그것인데요, [①필름 자르고 붙이던 시대]에서 [②디지털 영상 시스템]으로 넘어갈 때 한 번, [③데스크탑기반편집시스템]으로 넘어갈 때 한 번씩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1990년대부터 2010년전까지 활용되었던 디지털편집시스템은, 편집실을 구축하는 데에만 해도 최소 2억원 들어갈 정도로 무거운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시에는 영상을 하나 만들려면 최소 3천만원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의 프로덕션들이 활용하는 데스크탑 기반의 편집 시스템은 프로덕션 창업비용이 1천만원 이내로도 가능할 정도이며, 최소 프로젝트 시작금액이 5백만원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시장진입장벽도 낮아졌고, 이 기술을 터득한 젊은 산업인력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작시스템은 편집시스템에만 해당되진 않습니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인재의 보유여부도 중요합니다. 이전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무조건 4명의 핵심인력이 꾸려졌습니다. [총괄PD, 작가, 연출감독, 조연출]입니다. 여기에 10~20명의 스탭이 붙습니다. [촬영감독, 촬영보조2, 조명감독, 조명보조2, 현장녹음, 편집감독, 편집어시, 모션그래퍼, 녹음실, 오디오편집]

지금은 이렇게 무거운 인력구조로 제작에 착수해선 고객의 예산내에서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작사마다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한 인력들을 보유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전처럼 각 분야 전문가와 협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기대 수준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카피를 잘 쓰는 감독이 작가 역할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조작에 빠삭한 감독이 화면구성, 현장촬영, 가편집까지 처리해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고급 모션그래픽 기술은 없지만 단순하고 임팩트있는 효과를 적용할 수준의 2D기술로 후반편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감독이 적절한 음원을 선곡함으로 오디오편집 비용을 모두 줄여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신생업체가 좋다고 결론을 내려선 안 됩니다. 신생업체들은 고객응대능력 부족, 서툰 서비스 제공방식, 프로젝트 이해능력 부족, 기업의 마케팅과 홍보활동 이해 부족, 등 제작실력 외적으로 부족한 요인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제작경력이 충분하면서도 제작시스템과 효율도 뒤처지지 않은 제작사를 찾아야 합니다.

 


혹시, 망한 영상 보신 적 있나요?
네, 아마 없으실겁니다. 저희도 공들여 찾아보고 신규 제작사들에게 문의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묻어버립니다. 클라이언트도 사용하지 않고, 제작사도 포트폴리오로 쓸 수 없어 숨겨둡니다. 꽁꽁.
그 안에 들어간 수 많은 예산은 누가 위로를 해줄까요.

많은 분들이 지인 소개나 웹 검색으로 제작사들을 만납니다.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웹사이트와 그간의 포트폴리오 뿐입니다. 그러나 그 정보만을 가지고는 ‘미래에 만들어 질’ 영상이 잘 나올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요.

불안한 물음표를 가진 채 제작사를 만나면, 조금은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몰랐던 영상 시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나면 답답했던 물음들이 사라지게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말씀은 또 어찌나 그리 잘 하시는지. 뒤에 더 만나보려고 했던 두 제작사가 있지만 취소해버립니다. 그냥 이 제작사를 믿고 맡기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경우 ‘어이구야…이거 어쩌나..’싶은 케이스들이 발생했습니다.

(주의 : 실화에 기반한 사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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