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드폴리오 운영하고 있는 이은호입니다. 저는 85소띠 올해 33살입니다. 04년도에 영상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부산에서 오래 살았고 대학 졸업하면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10~11년도에는 방송외주제작사와 프로덕션에서 연출부로 근무했습니다. 이후에 광고대행사와 IT산업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웹사이트 만드는 방법과 온라인 마케팅을 조금 배웠습니다.
영상업계를 떠나있던 동안에도 연락하고 지내던 독립제작사가 5곳 가량 있었습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하나같이 프로젝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비드폴리오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주변에 어려워하는 제작사들에게 일감이나 찾아주자”라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일을 몇 년간 해서 자신이 있었습니다.
“일감이나 찾아주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중개사업자나 플랫폼이라 칭하면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본 글에는 ‘매칭’이라는 말을 썼지만, 문의주시는 제작사분들에게 ‘영상제작사의 사외 영업사원으로 여겨달라’고 소개드리고 있습니다.
국내 영상제작 전문 중개 플랫폼이 생긴지도 7년이 되었습니다. 영상 제작 카테고리가 있는 재능판매 플랫폼도 지난 3년 간 5개 가량 새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 제작사들은 그런 플랫폼에서 활동하지 않습니다. 좋은 프로젝트가 그 플랫폼에는 없고,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플랫폼들은 정보 독점 전략을 펼칩니다. “내가 정보를 쥐고 있으니 내가 만든 생태계에서만 장사하라”는 식입니다. 그리고는 영역을 넓히고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기계에게 맡깁니다. 쉽게 말해서 프로그래밍 잘 해두고 전기세만 내면서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만들어야 하는 게 영상이기 때문에, IT기술의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기계가 일부 과정을 대체한다 하더라도 제가 알고 지내던 독립 제작사의 영역과는 별개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비드폴리오는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IT스타트업들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시면 그 흔한 회원가입과 로그인 기능도 없습니다. 뭐 적으시라, 프로필 만드시라 하면 번거로워하기 때문에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오셔서 필요한 정보 보고 가시면 됩니다. 땡볕에서 촬영하느라 바빠서 들릴 시간도 없다길래 제가 일일이 전화로 문자로 카톡으로 이메일로 필요한 정보 솎아서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문의도 회원이 작성하도록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면 저야 수월해지겠지만, 고객이 직접 작성한 날 것의 제작기획안은 누구도 수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끔찍한 상태입니다. 클라이언트 문의가 들어오면 30분 이상 통화하며 캐물은 뒤에 2시간 넘게 요청사항 다시 정리합니다. 이렇게 편집 과정을 거친 문서를 토대로 회의가 진행되고 제작 계약을 맺으면 두 번 수정할 거, 한 번 만 수정해도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작사 정보가 등록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프로필과 포트폴리오 작성해주시면 저야 편하지만 제작사가 직접 등록한 정보는 어디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오히려 제작사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입니다. 고급 콘텐츠 제작하시는 분들이 정작 회사소개하는 데에는 왜 이렇게까지 재능이 없으신지 잘 모르겠지만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매 신청 건마다 30분 이상 써서 직접 등록해드리고 피드백 주고받으면서 개선시킵니다. 영상제작사 정보 잘 포장해서 제 값 받고 팔 수 있게 만들려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웹사이트를 나중에 개편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도록 놔둘 것입니다.
이렇게 일일이 정보를 가공해서 등록해두면 머지 않아 클라이언트들이 직접 제작사 정보와 포트폴리오를 조회할 것입니다. 비드폴리오는 구속적 관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제작사에게 연락하게 된다면 프로젝트 잘 진행하시면 됩니다. 제가 한 것은 30분 정도 글 다듬은 것 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을 청구할 만큼의 노력도 아닙니다.
모든 정보가 연결된 시대입니다. 클라이언트도 조금만 노력하면 카페도 찾아낼 수 있고, 좋은 업체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프로젝트 정리와 제작사 모집을 부탁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귀찮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또는 그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입니다. 또는 정말로 몰라서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하면 보름이 걸려도 제대로 못할 일을, 제가 딱 맞는 제작사 3일만에 소개시켜드리겠다 호언장담하니 흔쾌히 일을 맡기겠다 합니다.
이 과정이 중개에 해당하는데,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정책을 성급히 대문짝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무조건 친절한 예스맨이어야하고, 제작사에게는 제 값 받고 팔 수 있도록 포장하는 영업사원인 두 개의 가면을 번갈아 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수천 만 원 단위의 기업 간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성급히 결정하기에 어려운 점들도 많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거나 앞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는 제작사라면 저를 중개사업자로 여기지 마시고 영업사원으로 여겨주세요. 선호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온갖 수단 동원해서 찾아내보겠습니다. 기피하는 클라이언트나 진상 유형 말씀해주시면 프로젝트 걸러내겠습니다. 원하시는 수익률과 마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함께 제안 들어가는 회사 중에서 단가 후려치는 곳이 있다면 제지하라는 요청도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지난 주에는 제작사 미팅을 몇 곳 나갔습니다. 제가 업계에 오래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었던 실정을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제작실비와 수익률 계산방법이나, 제작회의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수정 덜 하는 노하우라거나, 책임회피하는 클라이언트 응대하는 방법, 미수금 받는 방법 등에 대해 업력이 많은 분들의 이야기 듣고 놀랐고, 앞으로도 진심으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저도 지난 7년 동안 일을 받아서 하기도 하고, 일을 맡긴 입장도 되어보면서 온갖 갑과 을의 행태를 경험했습니다. 다른 산업이었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끔찍한 갑을 만난 경험이 있고, 노력과 수고에 비해 형편없는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드폴리오를 통해 소개되는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검토하겠습니다.
비드폴리오를 공개한 것은 지난 주 금요일입니다. 주말 빼고 세면 오늘까지 개업(?) 2일차인데, 7년차 영상제작 중개 플랫폼에 한 달 동안 등록되는 프로젝트 수량을 달성했습니다. 예상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것 같아서 며칠 째 잠도 안 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급히 나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또 있거나 비드폴리오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많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17년 8월 23일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