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부터 생각하면 망해요 (시각적 연출에 집착하는 고객의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시각적인 연출에 집착하고 있는 분은 대체로 프로젝트를 끝마치지 못합니다.

시각적인 연출에 중점을 두고 시작된 프로젝트의 시작은 순조롭습니다. 레퍼런스 영상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제작자는 눈에 보이는 영상을 기준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이해를 빨리 합니다. 제작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은 광고주는 걱정 없이 결과물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1차 납품본을 받아본 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고 대화를 나눴지만 광고주와 제작자는 전혀 다른 포인트를 짚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작은 절반 이상 진행이 되었고, 제작사는 시키는 대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할 뿐입니다.

광고주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고 조치를 취합니다. 제작사의 제작지휘권을 빼앗아 화면의 연출을 일일이 지시합니다. 하지만 제작PD가 아닌 광고주의 지시는 비현실적이고 결국 구현되지 못합니다.

이런 사고는 영상제작 경험이 없는 광고주와 프로젝트 리딩 역량이 없는 제작기술자가 만날 경우 발생하는 사고입니다. 분쟁에 휘말린 사람들은 화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뼈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시각적 이미지는 잎사귀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나무를 볼 때 무성한 잎을 먼저 보지만, 그런 잎사귀들도 뿌리, 기둥, 나뭇가지들이 없다면 맺힐 수 없습니다. 풍성한 나무는 뿌리부터, 기둥부터, 줄기부터 차근차근 세워나간 뒤 잎을 피워야 하는 법입니다. 이 순서를 어기고 화면만 만든다면 바닥에 널부러져 썩어가는 낙엽이 될 뿐입니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뼈대가 튼튼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유1 : [채널·타겟·메시지]의 부재

영상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어떤 광고, 홍보, 마케팅 영상이든 채널, 타겟, 메시지가 설정되어야 합니다. 영상도 커뮤니케이션의 3요소를 당연히 짚어야 합니다.

“누가 볼건가”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어떤 채널로 전달할 것인가”

이 세 가지 항목은 프로젝트 내용 정리의 출발입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지만 시각적 연출에 집착한 사람은 이 내용마저 정리되지 않은 채로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착수시키곤 합니다. 화면에 집착할수록 프로젝트의 뼈대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채널·타겟·메시지]가 정리되지 않거나 망각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이 영상(영상기획의 출발은 ‘타겟, 채널, 메시지’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을 참고하세요.

 

이유 2 :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역할의 누락

영상이 제작되는 과정을 네 단계로 구분하면 [전략 / 기획 / 연출 / 제작]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앞의 두 단계 [전략 / 기획]은 발주자의 역할이고 [연출 / 제작]은 제작자의 역할로 나뉩니다. 가장 이상적인 역할 구분은 각자 2가지씩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입니다.

영상제작 경험이 없는 발주자라면 [전략]에만 집중하고 감독과 PD의 능력이 뛰어난 제작사를 만나 [기획 / 연출 / 제작]의 범위를 맡겨 누락된 역할범위를 보완하도록 궁합을 맞출 수 있습니다. 조직 내부에 콘텐츠 제작 팀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업분량이 많아서 외주에 맡기는 경우, 발주자가 [전략 / 기획 / 연출]을 맡고 제작사는 [제작]만 수행하는 궁합이 맞춰지기도 합니다. 중간에 역할이 비는 프로젝트는 끝까지 완수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합니다.

시각적 연출에 집착이 심한 광고주의 프로젝트는 중간 역할의 부재로 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광고주가 자신의 [전략]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뿌리와 기둥을 세워야 할 사람이 잎사귀만 만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략]은 광고주가 아닌 외부의 업체에서 채워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자세한 설명인 이 영상(영상제작 프로젝트의 역할구분 (R&R) 설정 방법)을 참고하세요.

 

이유 3 : 제작사의 커버리지 미스매치

우리 조직과 잘 맞는 업체를 찾기 위해 업체들의 역할범위 커버리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내가 프로젝트 관리에 일일이 치밀하게 신경쓸 수 없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기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면 그런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을 만나야 합니다. PD혹은 감독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의중을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해내는 역할을 합니다.

제작사의 종류는 많고 다양합니다. 비율로만 따지자면 PD의 역할을 갖추지 못한 제작사가 더 많습니다. 촬영이나 편집과 같이 단순한 용역만 수행한 제작사, 모션그래픽과 후반작업 등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날 기회가 없는 제작사, 기업과의 거래 경험이 없는 제작사, 연령대가 어린 제작사, 설립 1년 이내 제작사를 만나게 될 경우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부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다고 하더라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업체는 일단 수주욕심에 모두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할 것입니다.

업체의 서비스 커버리지를 파악하는 것은 발주자의 몫입니다. 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드폴리오는 프로젝트를 파악할 때 의뢰자의 발주준비정도와 프로젝트의 요구 역할범위를 문서로 정리해고 매칭단계로 넘어갑니다. 매칭단계에서는 제작사의 커버리지 능력을 따지고 검토하기 때문에 역할범위의 미스매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삽부터 들지 않고 설계도를 먼저 그립니다. 요리를 할 때 칼부터 들지 않고 레시피를 준비합니다. 엑셀을 밟기 전에 네비게이션부터 세팅합니다. 하물며 그림을 그릴 때도 물감부터 칠하지 않고 밑그림을 그립니다.

영상제작을 준비하는 사람이 시각적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성급한 마음. 그것은 설계도없는 건축, 레시피없는 요리, 목적지 없는 운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동기화의 방법은 프로젝트의 뿌리, 기둥, 줄기를 순서대로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잎사귀만 성급하게 그려선 절대로 풍성한 나무를 가꿔낼 수 없습니다.